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주의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케빈에 대하여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C. 라일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2.07.26
줄거리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의 삶은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에바는 가족 중 유독 자신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케빈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케빈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에게 고통을 준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데…
후기
『케빈에 대하여』는 ‘악’을 잘 그려낸 영화라고 익히 알려져 있다. 감상을 하고 나니 ‘악’ 그 자체 보다는 ‘악의 근원’이나 ‘악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느껴졌다. 악인은 태어나는가, 자라나는가? 만일 악인으로 태어난 거라면 그 악행의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 반대로 자라난 거라면 부모가 모든 책임을 다 져야할까? 영화를 보고나서도 확실히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에바는 케빈을 싫어한다. or 두려워 한다. 케빈은 그것을 느낀다. 에바는 분명 애를 쓰기는 쓴다. 하지만 그럴수록 케빈과 에바의 관계는 두터운 벽이 생긴다. 분명 케빈은 에바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그것이 케빈이 악행을 저지른 이유일까? 세상의 모든 사랑받지 못한 자식들이 저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케빈은 특별한 아이였고 에바는 그를 다루기엔 능숙하지 못한 엄마였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다. 태어난 아이들은 마땅히 부모의 사랑과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모성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모성애가 자연스레 생겨나는 그런 감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특히 산후 우울증 증세를 보면 심각한 상황에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픈 마음까지 든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자식을 낳은 자신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태어난 아이에겐 죄가 없지만 산모에게도 죄는 없다. 병이 있을 뿐이다.
케빈에 대한 동정심보다 에바에 대한 동정심이 더 많이 들었던 영화였다. 그렇다고 케빈을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케빈은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부모의 싫은 모습을 알면서도 닮아가는 걸 보면 가족의 영향력이 참 크다고 느낀다. 영화 속 케빈과 에바는 겹치는 점이 많다. 톡 쏘는 말투하며 시니컬한 태도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모습까지 비슷하다. 에바가 악마를 낳았는지 혹은 길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악마는 에바랑 너무 닮았다.
악인으로 태어났든 자랐든 결국 케빈은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다. 에바는 그 일이 있은 후 직업을 가지려 해도 어렵고, 길가다 뺨을 맞는 수모까지 겪는다. 물론 피해자 부모의 맘은 이해가 가지만 그 상대가 에바인 것이 맘에 걸린다. 내가 부모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에바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어도 진정으로 사랑하기 어렵다면 난 어떻게 할까 자신이 없다. 사랑이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주변인처럼 그려진다. 어머니의 역할은 아버지에 비해 과중하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육아에 있어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훨씬 강조하며 직업도 포기하고 24시간 자식 옆에 있게 한다. 반면 아버지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며 가끔 아이를 보고 다시 기존의 삶을 살아간다. 에바는 끊임없이 케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번번이 무시하고 흘려 듣는다. 그들은 케빈에 대해 이야기 했어야 한다. 그리고 에바에 대해 이야기 했어야 한다.
결말
케빈은 결국 악행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간다.
케빈의 방을 정리하고 집을 다시 칠하는 에바.
에바는 케빈을 찾아가 묻는다. "왜 그랬니?"
케빈은 답한다. "이젠 잘 모르겠어."
끝맺음
개인적으로 영어로 쓰인 원제가 주제 의식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느낀다.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우리는 케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강요된 모성애, 산후우울증에 대한 빈약한 이해로 인한 비극을 잘 보여줬다. 만약 케빈의 부모가 서로 이야기만 잘 했다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을 지도 모른다. 악의 근원이 어딘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아이는 이미 태어났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우리 모두 이야기를 해야 한다.
** 집순희의 감상 8.5/10.0
잘 만든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스릴러 영화였다. 소설 원작을 좋아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원작과 영화의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원작이 에바의 입장이 더 잘 드러난다나? 아무튼 원작과 비교해서 보고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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